아시아

[대만] 5살 아이와 함께 떠난 대만 리부트 여행 #1-1

보통의삶 2019.05.12 조회 수 718 추천 수 1

정말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었다. 2016년, 갓 돌 지난 꼬맹이와 처가 식구들과 함께 떠났던 오키나와 이후로 3년 만에 떠난 여행이다. 그동안 공항조차 몇 번 가지 못했는데 여행을 떠나러 공항에 발을 딛는 기분이 새로웠다. 

 

출발_1.jpg

 

사실 대만은 두 번째 여행이다. 20년도 전에 갔던 생애 첫 해외 여행지가 바로 대만이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제주도에 가는 줄 알았는데,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대만행이라는 걸 알았다. 유황온천, 옥, 원주민 공연 같은 이런저런 기억들이 조금씩 생각나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희미할 뿐이다. 게다가 최근 접했던 대만 여행기나 정보들과 기억들을 비교했을 때 전혀 공통분모가 없다. 그러니 이번 대만행을 ‘첫 여행’이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아무튼 우리는 오전 9시 30분 대한민국을 떠나 대만으로 향했다. 목적지까지 비행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긴 시간은 아니지만 혹시나 지겹거나 힘들어할 아이를 위해 와이프는 작은 연습장과 색연필, 카봇을 비롯한 각종 인기가요(=만화OST)를 준비했다. 와이프 덕분에 아이는 지루하지 않게 비행을 마쳤다.

 

tw_commu_taiwan_1st_essay_01.jpg

 

tw_commu_taiwan_1st_family_02.jpg

 

공항에 도착하니 후덥지근한 기운이 온몸을 덮었다. 온도가 높기도 했지만 습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온몸이 축축해졌다. 비행까지는 무탈했는데 입국 수속이 문제였다. 미로처럼 대기 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대만이 인기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도착_1.jpg

 

슬슬 몸이 근질거리던 아들은 줄을 안내하는 안내봉을 볼 때마다 매달리기 시작했다. 키가 작은 아들에게는 수많은 사람의 다리와 엉덩이만 보였을 테니 얼마나 지루하기 짝이 없었을까. 그 심정이 이해됐다. 하지만 몇 번을 그러다가 우리 이동속도를 못 맞추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나와 와이프는 아들을 강제 연행해야 했다. 

 

tw_commu_taiwan_1st_essay_02.jpg

 

tw_commu_taiwan_1st_essay_03.jpg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무사히 짐을 찾고 공항 입국장을 통과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여느 나라가 그렇듯 타오위안 공항도 도심지에서 떨어져 있다. 열차나 버스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해 중심지로 이동해야 한다. 아무래도 버스보단 열차가 직관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가 정확히 표시돼 있고 시간도 정확한 편 일 테니. 

 

tw_commu_taiwan_1st_essay_05.jpg

 

tw_commu_taiwan_1st_family_05.jpg

 

교통카드 역할을 하는 이지카드를 살까 싶었지만 준비가 부실했던 관계로 그냥 코인을 구매했다. 카드를 찍는 곳에 이 코인을 대면 개찰구가 열린다. 1회용으로 나갈 때는 개찰구에 있는 반납 구멍에 넣으면 된다. 

 

tw_commu_taiwan_1st_essay_07.jpg

 

tw_commu_taiwan_1st_essay_08.jpg

 

tw_commu_taiwan_1st_essay_10.jpg

 

급행열차라 3-4 정거장만 이동하면(3~40분 정도 소요) 타이베이 중앙역까지 갈 수 있다. 가는 동안 창문 너머로 대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이 나왔다가 시골 같은 풍경이 나왔다가 도심지가 나왔다가를 반복한다. 우리네 공항철도 풍경과 비슷할까 싶은데,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공항철도를 타 본 기억이 없다. 

 

tw_commu_taiwan_1st_family_11.jpg

 

tw_commu_taiwan_1st_essay_11.jpg

 

tw_commu_taiwan_1st_essay_12.jpg

 

숙소는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시먼딩 역이다. 중앙역답게 공항철도와 일반 지하철과는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다. 여러 라인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기도 해서 인포메이션에 몇 번을 물어 방향을 가늠했다. 

 

가는 동안 마주친 아케이드는 화려했다. 인터넷에서 보던 먹거리들이 자주 보였다. 대만에는 일본 문화가 익숙하다더니 초밥집, 빵집, 도시락집 등 일본풍 아니면 실제 일본 브랜드가 들어와 있어서 조금 놀랐다. 지하철 코인 락커도 일본의 그것과 닮아 보였다. 

 

tw_commu_taiwan_1st_essay_14.jpg

 

tw_commu_taiwan_1st_essay_13.jpg

 

약간 헤매긴 했지만 무사히 시먼딩에 도착해 역을 나왔다. ‘타이베이의 명동’이라는 표현이 정확해 보였다. 역 주변으로 대만의 청춘남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가이드북을 들거나 선물 꾸러미를 잔뜩 짊어진 관광객들도 가득했다. 역 앞 큰 공터에서는 공연이 펼쳐졌다. 

 

tw_commu_taiwan_1st_family_14.jpg

 

숙소로 향했다. 지난 오키나와 때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가격이나 시설 등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숙소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길이 좁고 사람이 많아 이동이 쉽지 않았다. 한손에 캐리어 다른 한손엔 지루한 아이를 끌고 움직였다. 숙소는 생각보다 작았다. 사진을 절묘하게(?) 찍었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무난했다. 복층, 작은 마루가 있어서 아들이 놀기에 딱 좋았다. 

 

tw_commu_taiwan_1st_family_16.jpg

 

우리는 서둘러 짐을 놓고 밖으로 나왔다. 첫 날 일정이 가장 멀었다. 목적지는 고양이 마을 ‘호우통’과 풍등으로 유명한 ‘스펀’. 대만여행의 필수 코스라는 ‘예스진지’는 피하려고 했다. 대만 여행기의 8할 이상이 다 저 코스여서 흥미롭지 않았다. 게다가 지우펀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라 지옥펀이란다. 굳이 그런 곳을 가고 싶진 않았다. 

 

호우통은 나를 위한 여행지였다. 나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안타까운 애묘인이다. 여기에 스펀을 추가하기로 했다. 오래전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풍등 씬에서 마음을 홀딱 빼앗긴 와이프 때문이다. 스펀에서 풍등을 꼭 날리고 싶단다. 다행히 스펀과 호우통은 두 정거장 차이. 기왕 움직인 거 스펀까지 가기로 했다.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루이팡까지 가는 기차를 타고 다시 호우통으로 가는 핑시선을 갈아타야 한다. 기차로만 이동 시간이 한 시간이 넘는다. 게다가 이제 막 대만에 도착한 상태였다. 모든 게 낯설기 때문에 기차를 타러 가기까지 물어물어 가야 할 게 뻔했다. 

 

마음이 급했지만 아이 때문에 밥을 안 먹을 순 없었다. 맛집을 찾아볼 시간이 없어서 길 건너에 있는 KFC로 들어갔다. 호기심에 시킨 메뉴는 땅콩 소스가 뿌려진 약간 기괴한 스타일이었다. 적당히 시장한 상태였는데도 목구멍으로 좀체 넘어가지 않더라. 유사시 대비해야 하는 가족의 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입 안에 꾸역꾸역 쑤셔 넣었다. 

 

루이팡행 열차를 타는 매표소까지는 어렵지 않게 찾아갔다. 다만 열차 시간이 온통 한자로만 적혀 있어서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사실 인터넷에서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호우통까지 직행으로 가는 기차가 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가능하다면 환승보다는 한 번에 갈 수 있는 그걸 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읽을 수 있는 글자는 손에 꼽을 정도. 

 

tw_commu_taiwan_1st_family_17.jpg

 

시간표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던 그때, 아침부터 고된 일정을 소화해냈던 아들이 더위에 지쳐 그만 잠들고 말았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가는 동안 잘 자고 도착해서 깨는 것만큼 베스트가 없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개찰구 옆에 서 있는 직원에게 가는 법을 물었다. 그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루이팡행 열차가 곧 출발한다고 서두르란다. 플랫폼 번호를 거듭 이야기해준다. 쓰러진 아들을 품에 안고 우리는 뛰었다.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열차가 도착했다. 

 


 

첫날부터 분량 조절 실패했네요. ;; 곧 이어집니다!

 


Profile
30
Lv
보통의삶
여행기록자의 운영자. 얼마 전 육아의 늪에 빠져든 이후 당분간 여행은 포기했다.
해묵은 여행 사진을 뒤적이거나 남의 여행기를 탐하고 있다.

3개의 댓글

Profile
spica
2019.05.13

확실히 홀몸일 때(?)의 여행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변수가 많은 것 같네요 ㅎㅎ 2편도 기대하겠습니다. 

Profile
보통의삶
2019.05.13 작성자
@spica

육아에 대한 변수는 저 보다 훨씬 빠삭하시지 않나요?! ㅎㅎ 2편도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기대해주세요~

Profile
서길동
2019.05.16

kfc라니!!!

  • AD 10월 2주차 '주간 여행 이야기' 선정
  • 해월 2019.05.16 조회 178

    '송강문학관'을 가다 오늘은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자연 바람도 그야말로 청량하다. 집 밖 소공원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잠시 본다. 서핑 중에 웬 블로거가 2016년에 작성...

  • 보통의삶 2019.05.15 조회 407

    잠든 아들을 안고 루이팡행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유리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군 시절 의정부를 거쳐 파주로 복귀하던 길이 떠올랐다. 기차 안에...

  • 보통의삶 2019.05.12 조회 718

    정말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었다. 2016년, 갓 돌 지난 꼬맹이와 처가 식구들과 함께 떠났던 오키나와 이후로 3년 만에 떠난 여행이다. 그동안 공항조차 몇 번 가지 못했는데 여행을 떠...

  • [오스트레일리아] Newzealand 2일차 2편 6
    truechild 2019.01.14 조회 600

    뉴질랜드 여행기 여행날짜: 2018.12.07 ~ 2018.12.11 여행인원: 2명 현지날씨: 늦봄. 아침에는 항상 안개가. 10시 이후에는 모든 안개가 걷힌다. Tongariro Tracking_ Tranaki falls t...

  • [오스트레일리아] Newzealand 2일차 1편 3
    truechild 2019.01.07 조회 239

    뉴질랜드 여행기 여행날짜: 2018.12.07 ~ 2018.12.11 여행인원: 2명 현지날씨: 늦봄. 아침에는 항상 안개가. 10시 이후에는 모든 안개가 걷힌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어제 마트...

  • 보통의삶 2019.01.06 조회 180

    2009년, 10월 / Turkey, Safranbolu / CS28mm, e100vs 유네스코에서 마을 전체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사프란볼루.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인지, 마을의 분위기가 차분해...

  • spica 2018.12.17 조회 366

    2018년 12월 초 급작스럽게 오사카를 다녀왔다. 마침 저렴한 항공권이 있었고 단기간에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여행은 딸과의 여행으로 준비를 했기...

  • [오스트레일리아] Newzealand 1일차 4
    truechild 2018.12.15 조회 271

    뉴질랜드 여행기 여행날짜: 2018.12.07 ~ 2018.12.11 여행인원: 2명 현지날씨: 늦봄. 아침에는 항상 안개가. 10시 이후에는 모든 안개가 걷힌다. 지금와서 글을 쓰며 되돌아보니, 뉴질...

  • 보통의삶 2018.05.07 조회 339

    2009년, 10월 / Greece, Santorini / E-420, 25mm 많은 에피소드를 뒤로 하고 산토리니를 떠나는 순간에 담았던 풍경이다. 산토리니는 꽤 큰 섬이다. 마지막 사진에 정면으로 보이는 ...

  • 보통의삶 2018.04.27 조회 250

    2011년, 9월 / Japan, Okinawa(那覇) 万座毛 / 28TI, RVP(Panorama mode)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오키나와. 아직도 애증의 마음이 상당한 게 사실이지만, 만좌모의 이 풍경만큼은...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