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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5살 아이와 함께 떠난 대만 리부트 여행 #2-1

보통의삶 2019.05.22 조회 수 356 추천 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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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일정 중 가장 빡센 첫날을 마치고 둘째 날 아침. 눈은 일찌감치 떴으나 몸이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기합이라도 넣고 억지로라도 일어났겠지만 꼬맹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10시를 넘어서 느지막이 숙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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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는 인근의 로컬 식당을 갔다. 이름은 ‘천천리’. 메뉴가 상당히 많고 가격이 저렴하다. 한자 가득한 메뉴판이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영문 메뉴가 준비돼 있다. 메뉴를 살피고 덮밥과 면을 하나 시켰다. 사실 와이프는 향신료에 민감하다. 물론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아들 역시 새로운 음식에 대한 도전 정신이 아직은 부족한 편. ‘가성비가 뛰어난 맛집’이라는 블로그의 후기들과 상관없이 나는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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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나왔다. 소박하게 밥그릇 같은 곳에 담겨 온다. 로컬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맛을 보니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올라온다. 하지만 강하지 않고 음식 맛 뒤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정도. 맛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음식을 두 개만 시킨 게 아쉬울 만큼 맛있었다. 아들도 오물오물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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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고 나오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비슷한 콘셉트의 식당들이 많다. 공간이 넉넉지 않아 건물 내부는 손님들이 식사하는 홀로 쓰고 밖에 조리시설이 마련돼 있다. 음식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핫한 ‘타이거 슈가’를 마시기로 했다. 마침 천천리와는 5분 거리. 구글맵의 인도를 따라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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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구글맵’을 처음 이용했는데 왜 다들 극찬했는지 이해됐다. 한글로 검색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실시간 네비게이션으로 제대로 안내해줄 뿐만 아니라 갈림길처럼 헷갈리기 쉬운 지점에서는 수차례 진동으로 알려준다. 택시 기사들도 구글맵을 애용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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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슈가를 찾아 가면서 시먼딩을 둘러보니 정말 명동 같았다. 팬시 용품이나 화장품 가게, 길거리 음식점들이 즐비한 분위기가 꼭 닮았다. 하지만 도로마다 고층 건물들이 줄지었고 그 밑으로 난 회랑 형태의 길은 낯선 느낌이다. 줄지어 주차된 오토바이를 보며 시먼딩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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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슈가. 와이프가 바라마지 않던 흑당 밀크티를 드디어 마셨다. 크림이 들어간 걸 마셨는데 확실히 고소했다. 사실 이후 밀크티를 몇 번이나 먹었는데 우유 함량 차이인지 얼음 때문인지 너무 묽었다. 반면 단맛은 강했고 차 향과 우유는 냄새만 살짝 묻어나는 수준이다. 그러니 몇 번 마시다 보면 금방 물린다. 이런 느낌이 싫다면 크림이 들어간 밀크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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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도 먹었겠다, 본격적인 둘째 날 일정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타이베이 시립 동물원.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 큰 동물원이란다. 아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나와 와이프는 그렇게 믿었다. 동물원은 지하철로 갈 수 있다. 시먼딩에서 파란색 라인을 타고 중샤오푸싱 역까지 이동한 뒤 갈색 노선을 갈아타고 종점까지 가면 된다. 이동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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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나 백화점 같은 곳도 시원하지만 지하철 에어컨이 아주 빵빵하다. 땀을 뻘뻘 흘리다가도 이내 한기를 느낄 정도다. 덕분에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은 쾌적했다. 마침 자리도 넉넉한 해서 편했다. 중샤오푸싱 역에서 환승했다. 여러 량의 열차가 연결된 것과 다르게 열차가 개별적으로 나뉘어 있다. 용인 에버라인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빌딩으로 빼곡한 도심지를 벗어나니 창밖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동물원에 가까워질수록 나무와 식물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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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한 동물원. 우리 말고도 찾는 사람이 많다. 내려가는 길에 초등학생들처럼 보이는 무리가 보인다. 현장학습 같아 보였는데 동물원 안을 들어가니 곳곳에 아이들이 그늘에 몰려 있다. 날도 더웠지만 햇볕이 강했다. 말 그대로 땡볕이었다. 맨몸으로 돌아다니기엔 너무 준비한 게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우산과 이온음료 한통을 사고 유모차를 빌렸다. 유모차는 무료로 빌려주지만 보증금으로 1,000 타이완 달러를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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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전반적으로 느낀 건 식생이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거다. 기후대의 영향이겠지만 무성하게 자란 모습이나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얽혀 있는 걸 보면 남국의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타이베이 시립 동물원은 우리가 없는 걸로 유명하다. 동물들과 관람객들을 위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환경을 조성해둔 거다. 그런 분위기와 풍성한 식생은 잘 어울려서 어떤 곳을 지날 때면 정글의 어딘가가 연상될 정도다.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 혼자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꼭 동물을 보지 않더라도 거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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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동물원은 팬더가 있는 거스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나름 기대됐는데 아쉽게도 팬더는 한 마리만 보였다. 그마저도 안쪽으로 나 있는 문 앞에만 앉아 있어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는지 창가로 몰리는 바람에 사진 조차 제대로 찍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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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동물도 보고 잘 조성된 식물원 같은 길을 지나는 것도 좋았으나 딱 한 가지, 날씨가 너무 더웠다. 수도꼭지 튼 것처럼 땀이 줄줄 흘러서 눈이 따가웠다. 1리터에 가까운 이온 음료를 나와 와이프 그리고 꼬맹이가 들이켜대니 금방 동난다.

 

더위 앞에 동물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호랑이, 사자, 표범 같은 맹수들은 수풀에 반쯤 널브러져 숨만 할딱인다. 이 더위에 털옷을 두르고 있으니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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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를 코앞에서 본 경험은 색달랐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코뿔소의 뿔이 상당히 큰 것도 놀랐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육중함이 어마어마했다. 진흙 목욕으로 투톤이된 모습이 더 생생했다. 아들은 코뿔소의 위용에 감동했는지 한참을 쳐다봤다. 우리가 자리를 뜰 때 즈음 관람객을 맞았던 코뿔소가 안에 있던 코뿔소와 자리를 바꾼다. ‘나도 좀 쉬자’, 교대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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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조금 아쉬웠다.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우리네 동물원에서 자주 보던 시멘트 덩어리가 대부분이었다. 관리 차원이었는지, 사육장 개선이 아직 덜 진행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조금 의외다 싶었다. 부디 잘 살리라. 

 

동물원의 끄트머리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관까지 갔을 무렵 아들에게 한계가 찾아왔다. 더는 못 걷겠다고 칭얼대기 시작한다. 눈이 가물거리는 게 곧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 점심을 조금 넘긴 시간. 와이프와 밥을 먹이고 재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근처 매점을 둘러보는데 마땅치가 않다. 게다가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은 죄다 야외라 목구멍으로 넘어갈까 싶었다. 여기서 먹느냐, 동물원 입구에 있는 카페테리아로 가느냐는 두고 와이프와 갈팡질팡하는 사이 아들은 결국 잠들고 말았다. 우리는 유모차를 끌고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카페테리아에는 맥도날드와 도시락집이 있다. 그 앞으로 식사 테이블이 마련돼 있고 지붕도 있다. 하지만 사방이 뚫려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그늘만 있을 뿐 실외였다. 더위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저 얼음이 들어간 콜라로 달래는 수밖에. 소고기를 타이틀에 달고 있던 미상의 도시락에선 향이 제법 났지만 시장이 반찬이다. 향이 싫다던 와이프도 잘 먹는다. 무더위에 빠져나간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생존본능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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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피곤했다지만 무더위에 자는 게 쉬울 리가 없다. 잠든 지 한 시간이 좀 넘으니 아들이 깨어났다. 부랴부랴 늦은 점심을 먹였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노리는 비둘기 떼를 쫓아내느라 좀 부산스러웠지만 배가 고팠는지 잘 먹었다. 식사는 어떻게든 잘 마쳤는데, 테이블에 놓인 햄버거 포장지와 도시락 상자를 보니 묘한 생각이 들었다. 여행가서 더 잘 먹기는커녕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의 8할이 패스트푸드였다. 워커(Walker)의 아들로 태어난 숙명... 아니 아들아 미안하다. 그래서 저녁은 호화롭다는 키키레스토랑을 가기로 했다. 
 


 

이번에도(?) 반나절씩 잘라서 ;; 올라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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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삶
여행기록자의 운영자. 얼마 전 육아의 늪에 빠져든 이후 당분간 여행은 포기했다.
해묵은 여행 사진을 뒤적이거나 남의 여행기를 탐하고 있다.

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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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ca
2019.05.22

사진에서도 더위가 느껴지네요. 보통의 삶님의 어렸을 적 어렴풋한 대만기억처럼, 아이의 기억에도 대만=더운나라 라는 어렴풋한 인식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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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삶
2019.05.24 작성자
@spica

대만 거주 중인 분한테 들었는데 저 때가 유난히 더웠던 거라고 하더라구요. 요즘은 한낮이 28도 정도이고 선선할 때도 있다고... 장날이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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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동
2019.05.28

여행이 전쟁같이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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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knife
2019.05.29

대만사람들은 주로 아침을 저렇게 먹는다지요~ 동물원 후기는 처음보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더웠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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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
7 일 전

대만사람들도 중국사람처럼 국수 많이 먹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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